2023년 연말, 서울의 봄을 보다
2023년 12월 31일,
오늘 서울의봄을 보고 왔다.
영화가 개봉한지 한달이 넘었지만 이제서야 관람을 한 나.
조금 늦게 도착한 상영관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.
이미 지나간 역사이고 결말을 아는 내용이지만, 관련된 작품을 볼 때면 여전히 정의감이 불타오르고 화가 치밀어오른다.
영화가 끝났다.
보통 영화 같으면, 영화가 끝났음을 알리는 배우들의 이름이 올라올 때 관중들은 일어나서 나가기 시작한다.
그러나 내가 있던 상영관은 사뭇 달랐다. 아니, '서울의 봄' 영화여서 그랬을 것이다.
아무도 일어서지 않았다. 어느정도 배우 이름이 거의 다 올라왔다 싶을 때에도.
더이상 클립 영상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좀 더 기다렸다.
뭔가 더 있지 않을까?
조금만 더 기다릴걸. 나 역시 더이상 뭐가 없을 줄 알고 상영관을 나왔는데, 뒤에서 배우들의 목소리가 들렸다.
뒷 얘기가 좀 더 남아있었나보다. 보고 나올걸…
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, 지금은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어있을 줄 알았을텐데…
다시 퇴보하고 있는 요즈음. 상식이 상식이 아닌 나라가 된 요즈음.
서울의 봄, 그리고 실제 역사를 살아온 인물들 또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바라고 행동했을텐데.
언제쯤 한국이 진짜 한국다운 우리나라가 될 수 있을까.
내가 그 당시 같은 위기에 처한 장군이었다면,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?
나는 마음에 없는 소리를 잘 하지 못한다. 내 가치관과 내 신념 앞에서, 아닌 거에 맞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다.
그래서, 나도 같은 선택길에 놓인 사람이었다면 올바른 길을 택했을 것이다. 아니 택해야만 한다. 그래야만 더 나은 길로 갈거니까.
물론 정말 그 상황에 놓인 나라면, 그러니까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
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고, 아닌 상황에 대해 목숨을 걸고서라도 투쟁한 사람들 덕분에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.
나도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. 어디서라도, 어느 조그만 사회에서라도.
서울의봄, 이미 1000만 관객을 넘었지만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보는 날이 오면 좋겠다.
그런 국민성이 다시 올 수가 있을까.